Elderscrolls 시리즈를 두고 본 내 취향에 대한 단상 Etc

'The Elder Scrolls V : Skyrim' (이하 스카이림) 의 DLC중 하나인 'Dragonborn'이 출시되었다.


 이걸 어째야 하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몇 번의 클릭만에(정말 단 4번만에!) 구매해버린 이 DLC를 보며 너무나 간단하게 구매가 가능하게 만들어놓은 Steam의 영악함에 치를 떨었다. 하지만 어쩌리, 언젠가는 샀을 것을...

 잠깐 플레이를 하다가, 문득 제작사인 베데스다가 시리즈의 온라인 버전을 준비중인 것을 떠올렸다. 사실 베데스다에서 온라인으로 플레이가능한 컨텐츠를 내놓는다는 사실은 썩 반갑지 않았다. 그것은 기존 시리즈의 틀에 대한 변형을 말하는 것에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몇년간 시리즈가 GOTY (Game Of The Year) Edition에 계속 들면서도, 들어오는 수익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온라인 환경에 기반한 새로운 시도를 정말 해보고자 함이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내가 기억하는 베데스다는 로컬환경만을 위한 게임을 만드는데 전념투구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고, 그렇게 해 왔다. 지금의 국내 게임제작사들 이라면 그런 의견에 '무슨 개소리냐' 내지는 '망하고 싶냐' 를 외치겠지만, 내게는 매우 이치에 맞고 합당한 의견이었고, 그래서 잘 되기를 응원해 왔다. 다행히도, 시리즈의 다섯번째 타이틀까지는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퀘스트, 던전, 이야기들. 롤플레잉의 경험을 극대화 시킨 Elderscrolls 시리즈 


 제작사가 그런 외골수적인 태도를 견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게임을 바라보는 자세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이러한 태도의 관철이 가능한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을 수 있는데, 굳이 나누어 보자니 세 가지 정도가 떠오른다. 가장 먼저 떠오르고, 또한 다른 이유들과도 연관되는 것이 바로 '매니아'이다. 분야에 따라 geek이라고 불리든 오타쿠라 불리든, 이들의 매니악한 성향이 컨텐츠의 생명연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몇몇 타이틀로 어느정도 골수팬들을 확보한 제작사가 이들의 성향과 같은 방향의 태도를 견지한다면, 제작사는 Draugr들과 같은 팬덤을 얻을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셈이다.



This is a draugr. 끊임없이 달라붙어서 귀찮기 그지없는 몬스터 입니다 (...)


 위에 언급한 매니아틱함은 유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제작자들의 매니아틱함은 굉장히 상세하고 광대한 세계관의 구성을 실현케 한다. 그래서 두번째로 의미있는 것이 '롤 플레이' 이다. 우리가 보통 게임을 한다는 것은 그 시간에 그냥 '논다' 정도를 의미한다. 놀이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그래서 굳이 어떠한 컨텍스트가 필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role-playing이 어떠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그 세계에 흠뻑 젖어들어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세계에 대한 설정이 있어야 하고, 역사가 있어야 한다. 아, 물론 필수조건은 아니지만 이러한 설정과 컨텐츠의 유무는 가상의 세계의 깊이를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현실에서 볼 때에 굉장히 쓸모없고 무익한 지식임에도, D&D니 워해머 시리즈니 하는 것들을 보면 온갖 설정들이 수라상마냥 차려져 있는 것이다.


스카이림에 등장하는 책들 중 하나. 이들은 게임에서 몇백권이 있으며, 모두 이런 식으로 읽어볼 수 있다.
권당 열 페이지 내외로 작성되어있으니, 모두 다 읽으려면 시간 좀 걸리는 것이다.


 이런 게임들의 세계관 안에서는 노는 것이 노는 것이 아니다. 유저는 새로운 사실을 얻거나 배우고, 때로는 퍼즐들을 다양한 방식들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나간다. 자신이 수행하는 롤에서 캐릭터는 '선'이거나 혹은 '악' 일 수도 있다. 여러가지 상황과 컨텍스트를 즐기는 이러한 방식은 전통적인 Table-talk RPG를 컴퓨터 게임으로 옮겨놓고, 그 당시에는 말과 상상을 빌려 플레이 하던 것을 극대화된 비주얼로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나는 비록 TRPG세대는 아니었지만, '발더스게이트' 시리즈를 친구들과 시리얼로 플레이하면서 그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컨셉을 중시한다면, 대규모 온라인 게임은 그다지 적절한 선택이 아닌듯 하다. 대중성이 높아지려면 게임은 그만큼 캐주얼해질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이 점이 이러한 장르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가장 큰 문제점이지 않은가 싶다.



Elderscrolls 시리즈도 코옵이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마치 예전에 '발더스 게이트'를 친구들과 즐겼듯이...


 세번째로 떠오르는 것은 user modification (이하 모드)이다. 다름이 아니라, 유저들의 컨텐츠 재생산가능성이다. 제작사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그러니까 하드코딩되지 않은 부분은 대부분, 어떻게든), 기존의 컨텐츠를 변형하거나 새로운 컨텐츠를 제작하는 것이다. 특히나 서양 아이들은 매니악하기 짝이 없어서, 얕게는 게임의 아이템에 대한 제작/변형에서 시작해서 깊게는 게임의 엔진이나 설정에도 관여해서, 라이팅, 쉐이딩, 스크립팅은 물론이요, ENB와 같은 커스터마이즈된 포스트렌더링을 통해 게임의 퀄리티 자체를 향상시키는 시도 또한 하고있다. 거의 준 프로급인 셈이다. 나는 토탈워 시리즈도 재밌게 하는데, 여기 유저들도 기가 막힌다. 예컨데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시간을 쪼개어 만든 프로젝트 팀이 역사적 사료를 수집하고,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컨텐츠를 제작하거나 새로운 룰을 적용시킨 게임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오리지날 게임을 보통 '바닐라' 버전이라고 하는데, 제작사가 만든 '바닐라' 버전을 '발라'버리는 이러한 모드들은 게임을 1년이고 2년이고 다시 해 보게끔 하는 마력을 가진다. 이러한 것은 모든 컨텐츠가 동기적으로 유지되어야하는 온라인게임에서는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로컬 네트워크정도라면 무리인 일도 아니고,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활동을 제작사와 유저간의 매우 긍정적인 상호작용이라고 본다.

 써놓고 보니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해묵은 또 하나의 한탄이 되어버렸지만, 어쨌든 이런 점들이 베데스다가 온라인 게임을 만들고 있는 상황에 내가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이다. 시장성을 봤을때 로컬한 게임이 온라인 게임을 따라잡을 수는 없는 일이고, 기업이나 제작사가 먹고 살자고 온라인 게임을 찍어내는 것이 이해못할 일도 아니다. 단지, 대중의 요구가 내 취향과는 좀 많이 다른게 슬플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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