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 썸머, 그리고 상근이 Etc

 의도치 않게 부모님께서 입을 여럿 두시게 되었다.

 사람도 아니거니와, 종도 조금씩 틀리다. 두마리의 개와 한마리의 고양이. 원래 한마리 객견이 더 있었지만, 이젠 세상에 없다. 아마도 거의 확실하게, 우리는 나머지 아이들의 죽음또한 보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까미는 사람으로 치면 중년이 넘어가고 있는 암캐다. 새끼 때 부터 집에 들어와 있었던 진정한 애완견이지만, 나이가 들고 나서는 마당으로 쫓겨났다. 사실은 더 큰 다른 이유가 있지만, 집안 구석구석을 배설물로 장식해 놓는 습관이 이 중년의 골드미스를 퇴출하는데 주요한 이유가 됬음을 까미 자신은 알고 있을런지 모르겠다. 성격도 소심한건지 일종의 자폐증이 있는건지 다른 성별이나 종에 관심도 없고 귀찮아한다. 귀차니즘이라면 썸머도 만만치 않아서, 둘은 서로를 살포시 무시하는 정도의 사뭇 돈돈한 관계를 맺고있는 듯 하다.

 얼마전에 식구로 들어온 썸머는 사실 동생이 대책없이 지인에게서 들여온 성깔사나웠던 고양이다. 페르시안 특유의 종특인지 알 길은 없지만, 그놈의 벽지 찢는 솜씨는 예사롭지가 않았다. 하얀 털은 길기도 해서, 일견 예뻐보일지 모르나 실상 방구석에 수북히 쌓여 날리는 모습을 보면 왠만한 애묘인이 아니고서야 뒷골이 땡기지 않을 수 없으리라. 게다가 이 녀석은 어찌된 일인지 케이블을 자근자근 잘도 물어씹어댔다. 다른것도 아니고 꼭 케이블만 씹어대는게 정말 씹어먹어 주고싶을 정도로 얄미운 취미였다. 어쨌거나 대책이 없었던 내 철없는 동생은 결국 이 까다로운 손님을 분양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인연은 인연인지, 분양간지 얼마되지 않아 주인의 애석한 사연으로 녀석을 다시 받게 된 것이다. 동생이 키울 상황은 되질 못했고, 그래서 어머니께서 또 이 불쌍한 중생을 구제하시게 되었다. 고양이는 주인이 버리는 것을 안다고 했던가. 밖에서 키워서 그런지, 썸머는 이전처럼 버릇없이 굴지 않았다. 추측컨데 집 안에서의 생활이 많은 스트레스를 준 것 같다. 마당에 풀어놓아도 집에서 떠나지 않고 잘 지내고 있는 걸 보니 집 좋은건 아는 모양이다.


 덩치가 와이프만한 상근이는 그래서 그레이트 피레니즈이다. 그래서 상근이다. 네이밍이 뭐 그리 중요하겠나. 사족이지만, 사실 얘 이름은 와치로 하고 싶고 썸머는 로그로 하고 싶으나 차마 실현하지는 못했다. 어쨌든, 얘는 나이도 어리면서 크기는 셋 중에 으뜸이고, 겁 많은 것도 으뜸이다. 아직도 썸머가 시야에 나타나면 기겁을 하면서 짖어대는게 기지배가 따로 없다. 덩치가 크고 뛰어다니는걸 좋아해서, 가까이 다가가면 산책가자고 조른답시고 앞발을 들어서 툭툭 친다. 아직은 천상 꼬마인게다. 게다가 먹는 양도 더럽게 많고 싸는 양도 거기에 비례하다. 양육비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 셋을 먹여 살리느라 등골이 휘어지시고 계실 부모님 생각이 절로 난다. 그래도 셋이 북적거리면서 집을 차지하고 있어서, 조금은 덜 심심하시겠지. 세 형제가 도시로 빠져나간 빈 자리를 이 녀석들이 맡아주고 있으니, 사람보다 낫구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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